환율이 떨어지는 이유를 먼저 알아야지 이해가 됩니다.
환율은 떨어졌는데 물가는 왜 그대로일까? 가격이 바로 내려가지 않는 6가지 이유
뉴스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떨어졌다는 소식이 나오는데, 마트와 식당에서 체감하는 물가는 좀처럼 내려가지 않습니다.
“달러가 싸지면 수입품 가격도 내려가야 하는 것 아닌가?”
“환율이 떨어졌는데 떡볶이와 라면 가격은 왜 그대로일까?”
이렇게 궁금해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환율 하락은 물가를 낮추는 데 도움이 되지만, 환율 하나만으로 모든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이 바로 내려가지는 않습니다.
환율은 물가를 움직이는 여러 요인 가운데 하나일 뿐이며, 실제 판매가격에는 재료비뿐만 아니라 임금, 임대료, 전기요금, 운송비 등 다양한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환율이 떨어져도 생활물가가 바로 내려가지 않는 이유를 분식집의 떡볶이 가격에 빗대어 쉽게 설명해 보겠습니다.
환율이 떨어졌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원·달러 환율은 1달러를 사기 위해 필요한 원화의 금액입니다.
환율 1,500원: 1달러를 사는 데 1,500원이 필요
환율 1,400원: 1달러를 사는 데 1,400원이 필요
환율이 1,500원에서 1,400원으로 내려가면 같은 1달러를 이전보다 100원 적게 주고 살 수 있습니다.
따라서 환율 하락은 일반적으로 달러가 싸지고 원화의 가치가 강해졌다는 뜻입니다.
우리나라는 원유, 천연가스, 밀, 옥수수, 사료와 각종 원자재를 해외에서 많이 수입합니다. 원화 가치가 강해지면 해외 상품을 사 오는 데 필요한 원화가 줄어들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수입비용이 줄어든 만큼 소비자가격도 바로 내려가야 할 것 같지만,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떡볶이 가격에는 재료비만 들어가지 않아요
분식집에서 떡볶이 한 그릇을 4,000원에 판매한다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떡볶이를 만드는 데 필요한 밀가루나 식용유의 수입가격이 환율 하락으로 조금 내려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떡볶이 가격에는 재료비만 들어가는 것이 아닙니다.
가게 임대료
직원 급여와 아르바이트비
전기·가스·수도요금
배달비와 운송비
카드 결제 수수료
포장 용기와 비닐봉지 가격
시설 관리비와 세금
사장님의 적정 이익
밀가루와 식용유 가격이 조금 내려가더라도 임대료와 인건비, 전기요금이 그대로라면 가게의 전체 비용은 크게 줄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떡볶이 한 그릇을 판매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3,500원인데, 환율 하락으로 재료비가 50원 줄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가게 입장에서는 총비용이 3,500원에서 3,450원으로 줄어든 것에 불과합니다. 가격을 4,000원에서 3,500원으로 내릴 만큼 비용이 크게 감소한 것은 아닙니다.
이것이 환율이 내려가도 외식 물가가 곧바로 떨어지지 않는 가장 기본적인 이유입니다.
첫 번째 이유, 환율 하락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시간이 걸립니다
기업과 음식점이 오늘 사용하는 재료는 오늘 환율로 구입한 것이 아닐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기업은 필요한 원료와 상품을 미리 계약하거나 대량으로 구매합니다. 환율이 높았을 때 사들인 원료가 창고에 남아 있다면, 환율이 내려가더라도 당장 생산비가 줄어들지 않습니다.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칩니다.
해외 업체와 수입 계약을 체결합니다.
달러로 대금을 결제합니다.
상품을 배나 비행기로 운송합니다.
통관과 국내 운송 과정을 거칩니다.
공장이나 식당에서 기존 재고부터 사용합니다.
새로 들어온 저렴한 원료가 생산에 투입됩니다.
가격 조정 여부를 검토합니다.
이 과정에는 몇 주에서 몇 달이 걸릴 수 있습니다.
따라서 오늘 환율이 떨어졌다고 해서 내일 마트에 진열된 상품의 가격이 바로 내려가는 것은 아닙니다. 환율 하락이 장기간 유지되어야 저렴해진 수입가격이 소비자가격에 조금씩 반영될 가능성이 커집니다.
두 번째 이유, 국제 원자재 가격이 오를 수 있습니다
수입가격은 환율만으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해외에서 판매되는 원유, 밀, 옥수수, 커피 원두와 같은 원자재 자체의 가격도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환율이 내려가 달러가 10% 저렴해졌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그런데 같은 기간 국제 밀 가격이 10% 오른다면 어떻게 될까요?
환율 하락 효과: 수입비용 10% 감소
국제 밀 가격 상승: 수입비용 10% 증가
두 효과가 서로 상쇄되면서 실제 수입비용은 거의 줄지 않을 수 있습니다.
원유와 곡물 가격은 전쟁, 이상기후, 생산량 감소, 수출 제한, 운송 차질 등 다양한 이유로 오르내립니다. 따라서 환율이 내려가더라도 국제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면 국내 소비자가 느끼는 가격 인하 효과는 작아질 수 있습니다.
| 연합인포맥스 |
세 번째 이유, 임금과 임대료는 환율의 영향을 적게 받습니다
외식비, 병원비, 학원비, 미용비와 같은 서비스 가격은 수입 원료보다 사람의 노동과 공간 사용료의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미용실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미용실의 주요 비용은 미용용품만이 아닙니다. 미용사의 급여, 가게 임대료, 전기요금과 시설비가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환율이 떨어져 수입 샴푸 가격이 조금 내려가더라도 직원 급여와 임대료가 그대로라면 미용실 가격을 내리기 어렵습니다.
다음과 같은 서비스도 비슷합니다.
식당과 카페
병원과 약국
학원과 교육 서비스
미용실과 피부관리실
세탁과 수리 서비스
배달과 운송 서비스
우리 생활에서 차지하는 서비스 소비의 비중이 크기 때문에 수입품 가격이 일부 내려가더라도 전체 생활물가는 쉽게 떨어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네 번째 이유, 한번 오른 가격은 잘 내려가지 않습니다
경제에서는 가격이 올라가기는 쉬워도 내려가기는 어려운 현상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이를 어렵게는 ‘가격의 하방 경직성’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뜻은 간단합니다.
한번 오른 가격은 특별한 이유가 없으면 그대로 유지되는 경향이 있다는 의미입니다.
기업이 제품 가격을 내리지 않는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환율이 다시 오를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잠시 가격을 내렸다가 환율이 다시 오르면 가격을 또 올려야 합니다. 가격을 자주 변경하면 소비자의 불만이 커질 수 있습니다.
둘째, 그동안 증가한 다른 비용을 회복하려는 이유도 있습니다. 환율이 높았던 기간에 기업의 이익이 줄었다면, 환율이 내려간 뒤에도 기존 가격을 유지해 이전의 손실을 만회하려 할 수 있습니다.
셋째, 가격표와 포장지, 메뉴판을 바꾸는 데에도 비용이 발생합니다. 가격 조정에 드는 비용과 번거로움 때문에 작은 원가 변화에는 가격을 그대로 유지하기도 합니다.
넷째, 소비자가 기존 가격을 계속 지불한다면 기업이 먼저 가격을 내릴 유인이 크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다섯 번째 이유, 유통 과정마다 비용이 붙습니다
해외에서 수입한 상품이 소비자에게 도착하기까지 여러 단계를 거칩니다.
해외 생산업체에서 출발한 상품은 수입업체, 물류업체, 도매업체와 소매업체를 거쳐 마트나 식당에 도착합니다.
각 단계에서는 다음과 같은 비용이 발생합니다.
해외 운송료
항만과 통관 비용
창고 보관료
국내 운송비
도매업체의 운영비와 이익
소매업체의 운영비와 이익
환율이 떨어지면 첫 번째 수입가격은 내려갈 수 있지만, 국내 유통 과정의 비용까지 함께 내려가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기름값, 인건비, 창고비와 배송비가 높은 상태라면 최종 소비자가격의 하락 폭은 제한될 수 있습니다.
여섯 번째 이유, 환율이 모든 물가에 똑같이 영향을 주지는 않습니다
환율의 영향을 많이 받는 상품과 적게 받는 상품이 있습니다.
환율의 영향을 비교적 많이 받는 품목은 다음과 같습니다.
원유와 천연가스
밀과 옥수수 같은 곡물
커피 원두
수입 과일
해외 의류와 가전제품
해외여행 경비
외국에서 들여오는 원재료와 부품
반대로 다음과 같은 항목은 환율보다 국내 비용의 영향을 더 많이 받습니다.
주택 임대료
학원비
병원 진료비
미용비
국내 인건비
국내 서비스 요금
따라서 환율이 떨어졌다고 해서 모든 상품과 서비스 가격이 동시에 내려가지는 않습니다.
수입 비중이 높은 상품에서 가격 안정 효과가 먼저 나타나고, 국내 인건비와 임대료의 영향을 많이 받는 서비스 가격에서는 효과가 늦거나 거의 나타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물가가 내려가는 것과 물가 상승률이 낮아지는 것은 다릅니다
여기서 꼭 구분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바로 물가 하락과 물가 상승률 둔화의 차이입니다.
떡볶이 가격으로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지난해: 3,500원
올해 초: 4,000원
환율 하락 이후: 4,000원 유지
가격이 4,000원에서 3,500원으로 내려가지는 않았습니다. 따라서 소비자는 물가가 떨어졌다고 느끼지 못합니다.
그러나 환율이 계속 높았다면 가격이 4,500원으로 올랐을 가능성이 있었다고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환율 하락 덕분에 가격이 4,000원에 머물렀다면, 가격 자체가 내려간 것은 아니지만 추가 상승은 막은 셈입니다.
즉, 환율 하락의 효과는 흔히 다음 순서로 나타납니다.
수입 원료의 가격 부담이 줄어듭니다.
기업의 생산비 상승 압력이 약해집니다.
상품 가격이 오르는 속도가 느려집니다.
환율 하락이 오래 지속되면 일부 품목의 가격이 내려갈 수 있습니다.
그래서 환율 하락은 물가를 즉시 떨어뜨리기보다 물가가 더 빠르게 오르는 것을 막는 효과로 먼저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환율이 계속 낮으면 언젠가는 물가가 내려갈까요?
가능성은 있지만 반드시 모든 가격이 내려가는 것은 아닙니다.
환율이 낮은 상태로 오랫동안 유지되고 국제 원자재 가격까지 안정된다면 수입업체와 제조업체의 비용 부담이 줄어듭니다. 기업 간 경쟁이 치열하다면 할인이나 가격 인하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특히 다음과 같은 분야에서는 소비자가 변화를 체감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수입 식품 할인
해외 전자제품 가격 안정
항공권과 해외여행 비용 감소
수입 원재료를 많이 사용하는 상품의 가격 안정
기름값과 에너지 비용의 상승 압력 완화
하지만 임금, 임대료와 공공요금이 계속 오르면 전체 생활물가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환율이 낮아졌다는 사실 하나만 보고 모든 물가가 곧 내려갈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려운 이유입니다.
소비자가 확인하면 좋은 부분
환율이 하락할 때는 전체 물가만 보기보다 어떤 품목이 영향을 받는지 나누어 살펴보는 것이 좋습니다.
수입 과일과 식품 가격이 내려가는지
휘발유와 경유 가격의 상승세가 약해지는지
해외 직구 상품의 원화 가격이 낮아지는지
항공권과 해외여행 비용이 줄어드는지
수입 원료를 사용하는 가공식품의 할인 행사가 늘어나는지
환율 효과는 모든 품목에 한꺼번에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수입 비중이 높은 품목부터 다르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핵심 정리
환율이 떨어져도 물가가 바로 내려가지 않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환율 하락이 실제 제품 가격에 반영되기까지 시간이 걸립니다.
국제 원유와 곡물 가격이 오르면 환율 하락 효과가 줄어듭니다.
임금과 임대료 등 국내 비용은 환율과 관계없이 높을 수 있습니다.
한번 오른 가격은 쉽게 내려가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운송과 유통 과정에서 여러 비용이 추가됩니다.
서비스 가격은 상품 가격보다 환율의 영향을 적게 받습니다.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환율 하락은 수입 재료비 일부를 낮춰주지만, 임금·임대료·에너지비·운송비 등 다른 비용이 그대로이기 때문에 전체 물가는 바로 내려가지 않습니다.
환율이 계속 낮게 유지되면 생활물가가 당장 내려가기보다는 먼저 가격이 오르는 속도가 느려질 가능성이 큽니다.
따라서 “환율이 떨어졌는데 왜 가격은 그대로지?”라고 생각하기보다, 환율 하락이 추가적인 가격 인상을 어느 정도 막아주고 있는지를 함께 살펴보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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