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산자중기위 및 환노위 초광역특구법 및 주 52시간 R&D 예외 조항 국정감사 공방 현장 분석
▲ 26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와 환경노동위원회 종합국정감사에서 정부 경제부처와 여야 위원들이 초광역특구 내 첨단 R&D 전문직 대상 '주 52시간 근로시간 상한 예외(화이트칼라 이그젬션)' 도입 법안을 두고 정면 대치하고 있다. ⓒ 만인의 탑

2026년도 국정감사가 21일간의 대장정을 마무리한 가운데, 정기국회 후반기 법안 심사의 최대 화약고로 꼽히는 ‘초광역특별자치구역 설치 및 지원 특별법안(이하 초광역특구법)’을 둘러싼 여야 및 정부·노동계의 전면전이 본격화됐다. 핵심 쟁점은 특구 입주 첨단 기업의 고소득 연구개발(R&D) 인력에 대해 현행 주 52시간 근로시간 상한 규제를 적용하지 않는 이른바 ‘한국형 화이트칼라 이그젬션(White-Collar Exemption)’ 도입 조항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중소벤처기업부는 글로벌 빅테크 및 반도체 경쟁국과의 속도전에서 생존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라며 법안 통과를 강력 촉구한 반면, 노동계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야당 위원들은 헌법상 노동기본권을 무력화하는 ‘노동 개악의 신호탄’이라며 결사 저지를 선언해 정국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1. 산자중기위 국감: “AI·반도체 칩 설계는 24시간 연속전… 획일적 규제는 국가적 자해”

26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종합국정감사에서 정부 경제부처 수장들은 초광역특구법 내 R&D 근로시간 유연화 조항의 시급성을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초거대 AI 파운데이션 모델 훈련이나 초미세 반도체 칩 테이프아웃(설계 완료) 직전의 고난도 R&D는 밤낮없는 연속 연구와 몰입이 국가적 성패를 가른다”며 “대만 TSMC나 미국 엔비디아 연구진이 시간의 제약 없이 글로벌 패권을 질주할 때, 우리 핵심 인재들만 획일적인 주 52시간 족쇄에 묶여 있다면 초격차 유지는 불가능하다”고 역설했다.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역시 “초광역특구로 이전하려는 첨단 딥테크 스타트업과 유니콘 기업들이 가장 절실하게 호소하는 규제 혁신이 바로 고소득 전문직 근로시간 재량권”이라며 “일정 소득(예: 연봉 1억 5천만 원 이상)을 충족하고 본인의 서면 합의와 11시간 연속 휴식권 등 건강권 보호 장치를 전제로 하는 정밀 설계인 만큼, 이를 일반 제조업의 장시간 노동 강요로 호도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들은 지원 사격에 나섰다. 국민의힘 간사는 “초광역특구에 세제 혜택만 주고 핵심 규제 혁파인 R&D 유연성을 빼버린다면 ‘앙꼬 없는 찐빵’에 불과하다”며 야당을 향해 “지방 균형발전과 첨단 산업 육성을 외치면서 정작 핵심 알맹이 법안은 노동계 눈치를 보느라 뭉개는 이중적 태도를 버려야 한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2. 환노위 국감: “특구법 우회 노동법 무력화… 과로사 부추기는 위험한 선례”

반면 같은 날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종합국정감사에서는 거센 반발 기류가 팽배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야당 위원들은 초광역특구법의 근로시간 예외 조항이 근로기준법의 근간인 ‘주 52시간 상한제’를 우회 무력화하려는 위헌적 입법 시도라고 규정했다.

환노위 야당 간사는 “특구라는 특정 공간을 빌미로 주 52시간 상한을 무너뜨리면, 이는 곧 전국 모든 산업과 제조업 전반으로 장시간 노동이 확산되는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격”이라며 “사용자와 근로자 간의 구조적 갑을관계 속에서 ‘서면 합의’는 사실상 강제 노동과 연장근로 강요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고 강력 경고했다. 이어 “과거 숱한 IT 판교 밸리의 청년 개발자들이 크런치 모드(집중 연장근무)로 과로사했던 비극을 망각한 역주행 입법”이라고 질타했다.

특히 야당 내에서는 혁신성장을 내세운 경제통 의원들이 예외 조항을 포함한 특구법안을 발의한 반면, 당 지도부와 환노위 라인은 예외가 삭제된 법안을 별도 추진하는 이른바 ‘투 트랙(양다리) 입법’으로 당내 노선 갈등이 표출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 장관은 “첨단 R&D 연구직의 특수성과 유연성 요구는 인지하고 있으나, 근로자의 건강권과 휴식권 보장이라는 대원칙과의 조화가 필수적”이라며 “국민적 공감대 형성과 국회 차원의 심도 있는 사회적 대화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신중한 태도를 견지했다.

3. 이해당사자별 4열 비교 매트릭스

초광역특구법 R&D 근로시간 예외 조항을 둘러싼 정부, 정당, 노동계의 상반된 입장과 핵심 쟁점은 다음과 같이 극명하게 대립한다.

구분 산업부·중기부 (경제부처) 국민의힘 (여당) 야당 및 노동계 (양대노총)
핵심 기조 글로벌 첨단 패권 경쟁 생존 위한 필수 유연성 정기국회 내 R&D 규제 혁파 입법 완수 주 52시간제 우회 무력화 및 과로사 유발 결사 저지
적용 범위 초광역특구 내 고소득 첨단 R&D 연구직 반도체·AI 메가프로젝트 핵심 엔지니어 전면 적용 반대 (원칙적 근로기준법 단일 체계 고수)
안전 장치 근로자 서면 동의, 11시간 연속 휴식권, 건강검진 성과 기반 파격적 인센티브 보상 및 안식월 보장 갑을관계상 서면 동의는 무의미, 실효성 결여 지적
정치적 파장 미반영 시 지방 첨단 클러스터 민간 투자 유치 차질 야당의 ‘투 트랙 입법’ 및 포퓰리즘 프레임 집중 공세 노동계 연대 총파업 예고 및 지지층 분열 위기 봉착

4. 향후 전망: 예산 전쟁과 맞물린 정기국회 후반기 최대 뇌관

양대 노총(한국노총·민주노총)은 이미 초광역특구법의 근로시간 예외 조항 저지를 위해 국회 앞 철야 농성과 대규모 총력 결의대회를 예고한 상태다. 노동계는 “정부와 여당이 특구를 핑계로 전체 노동 시장의 방파제를 허물려 한다”며, 해당 조항이 상임위 심사에서 삭제되지 않을 경우 11월 총파업을 포함한 초강경 투쟁에 돌입하겠다고 배수진을 쳤다.

반면 경제계와 학계는 초격차 기술 확보를 위해선 입법적 돌파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미국은 이미 공정근로기준법(FLSA)상 고소득 전문직에 대해 근로시간 규제를 배제하는 화이트칼라 이그젬션을 안착시켰고, 일본 역시 연봉 1,075만 엔 이상의 고도 전문직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며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제도적 유연성이 결여된다면 국내 인재와 해외 유치 기업들의 이탈을 막을 수 없다”고 지적한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완전한 예외 적용 대신, 현행 특별연장근로 인가제의 요건을 완화하거나 탄력적·선택적 근로시간제의 단위 기간을 1년으로 대폭 확대하는 절충안이 급부상할 것으로 보고 있다. 10월 말 국감 종료 직후 시작될 677조 원 규모의 예산안 심사와 특검 정국 대치가 맞물리는 상황에서, 초광역특구법의 노동 조항은 여야 협상의 최대 거래 칩(Bargaining Chip)이자 입법 전쟁의 최전선이 될 전망이다.